새로운 가치 창출을 찾아서

August 1, 2018

  10년 전 일본에 도쿄걸즈 컬렉션을 조사하러갔을 때다. “아주 재미있는 곳을 보여줄게!” 일본에 해박하신 선생님의 손에 이끌려 그곳으로 갔다. 입구에 들어가기 전 “여기는 통로도 좁고 미로 같으니 각자 구경하고 여기로 다시 모이자” 하고 흩어졌다. ‘없을 게 없고, 꼭대기 층에는 명품까지 있다’라는 단순한 정보를 받고 들어선 그곳은 ‘돈키호테’였다.

 

한국의 유통업체들이 일본 유통의 전략과 진화를 추적해서 따라가고 있기 때문에 새롭게 보이는 일본의 매장은 무조건 시장조사 대상이었다. 쇼핑하자고 이끌려간 곳이었지만, 쇼핑보다는 눈요기와 재미로 첨단 매장들과 다른 딴 세상 같은 그곳을 샅샅이 흩어 보느라 정신이 팔려있었다. 어릴 때 학교 앞 문방구의 그 난잡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가지고 싶은 학용품들이 숨어있는 그 보물탐사 같은 느낌이 이곳에서도 들었다. 꼭대기 층 명품이 있다는 그곳에서는 웃음이 났다. 명품은 얼마 없었지만 다른 층에 비해 고급스럽게 보이고 싶은 그곳은 또 다른 재미를 주었다. 그 재미있는 기억으로 누군가 새로운 유통에 대해 물어보면 제일 먼저 그곳을 떠올리며 실감나게 설명해주었다.

 

얼마 전 신세계가 오픈한 ‘삐에로쑈핑’은 ‘돈키호테’와 외견이 아주 비슷하다. 유통에서 20년 이상 일해 온 지인의 말로는 점주에게 모든 운영권한을 주었기 때문에 점포별로 다른 운영이 가능해 예를 들면 동일 상품이 점포마다 다른 가격대로 운영될 수도 있다. 점에서 상품을 직접 소싱도 한다고 하니 꽤 선수들이 배치되겠구나 싶다. 미국에서 30여년 여성복 사업을 하셨던 분이 한국에 들어와 디자이너 브랜드 런칭을 준비하던 중 SOS를 해서 미팅을 했다. 일단 이 분은 미국에서 해왔듯이 제품을 디자인하고 샘플을 제작하고 룩북과 영상물 촬영까지 마쳤다. 그런데 어느 유통에게 선을 보여야할지 이후 계획을 잡다가 길을 잃었다. 품평회나 트레이드쇼를 통해서 오더가 일어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입’하지 않는 한국 유통의 구조를 몰랐던 것이다.

 

올 상반기 유통의 변화가 조심스럽게 일고 있다. 브랜드들이 소비층 확대를 모색하며 새로운 유통에 접근하기 위해 특정 유통만을 겨냥한 상품 개발을 하면서 유통에서 브랜드 제품을 사입하는 ‘홀세일’의 기회들이 만들어지고 있다.볼륨화와 소싱의 한계를 느끼는 편집숍들의 니즈와 유통을 좀 더 세분화하며 섬세하게 접근하는 브랜드들의 전략이 만나 홀세일의 형태가 형성되고 있다. 유통은 독점권을 가지고 차별화된 상품을 소싱하고 브랜드는 유통 다각화와 효율을 꾀할 수 있으니 제조와 유통이 상생하는 구조로 탈바꿈되는 좋은 징조로 보인다.

 

꽤 오랫동안 불경기에 놓여 고전하다보니 성장하는 기업과 협업하려는 시도가 자연스럽게 생겨나면서 실행과정을 거치면서 체질변화 또한 일어나고 있다. 단순 프로모션적인 사례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인 사례를 만들어내면서 제조와 유통의 상생 구조에 변화가 생기기를 바란다. ‘삐에로쑈핑’이 오프라인 매장이 주는 가치를 뒤집어 시간절약형인 온라인과 경쟁하지 않고 반대로 시간을 많이 할애하도록 ‘머무름’으로 소비자 가치를 만들어 낸다면 이 또한 오프라인 유통의 대안으로 눈여겨볼 만하다.

 

SI랩, 무신사 스튜디오 같은 새로운 사업도 패션산업의 생태계에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도록 성장하기를 바란다. 향후 패션기업들의 신규 사업이 지금과 같이 복종과 컨셉, 타깃만을 달리하는 신규 브랜드 런칭이 아니라, 그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좀 더 진화된 형태로 발전해나가기 위해서 지금의 작은 변화들이 몰고 올 혁신의 바람을 맞아보자.

  

 

 

 

 

 

 

 

 

 

 

 

 

 

 

 

 

 

 

 

Please reload

회사명  주식회사 크리에이티브팩토리그룹   대표자 한선희 사업자등록번호 404-87-00902

대표전화 02.2038.8283 팩스 02.2038.8284  주소 서울시 성동구 아차산로 17, 503 

개인정보 보호책임자  박세은  © 2018 by Creative Factor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