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낙서를 남긴 거장들과 아트

March 1, 2017

 

내가 팀장인 시절 호되게 혼을 내도 항상 겸연쩍은 미소와 반성의 표정으로 상냥하게 자리로 돌아가는 후배가 있었다. 울그락불그락 표정관리 안되었던 다른 동기들에 비해 속없나 싶을 정도였다. 막 자리를 비운 그 친구 자리를 지나다 종이 위 굵은 선의 낙서가 눈에 들어왔다. ‘아휴, 저런 백발 마녀 같으니라구’, ‘웃기고 자빠졌네’, ‘개똥 같으니라구’ 등등 아마도 내 욕을 휘갈기고 그것도 분이 안 가셨는지 같은 문장위에 펜으로 몇 번을 반복해 그려서 지나가는 내 눈에 들어올 정도였다. 그 순간 웃음이 나왔다. ‘그래, 너도 사람인데 이렇게라도 풀어라’ 그 이후 가끔 유사한 상황에 그 자리를 지날 때면 시선이 자꾸 그 후배의 책상위로 꽂혔다. 낙서는 점점 유려해지고 문구는 점점 저질스러워지고 느낌이 강해진다. 저것을 프린트해서 티셔츠를 내놓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낙서는 비공식적인 표현매체로서 우리의 잠재된 해방의식의 발로일 것이다. 전 세계 최고의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모아 놓은 ‘위대한 낙서(The Great Graffiti)’전이 예술의 전당에서 열렸다. 미국, 영국, 프랑스 출신의 그래피티 아티스트 7명의 작품을 선보였는데 전시장에 들어서니 높은 벽면 가득 ‘루이비통’ 로고가 그려진 제우스의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Liquidated Logo’ 시리즈는 탐욕스러운 거대 자본과 물질만능주의를 유명 브랜드의 흘러내리는 로고로 표현한다. 대중감각의 미적 표현으로 현대 예술의 한 장르가 된 낙서(Graffiti)는 친근하면서도 인간답고, 그러면서도 무언가 반전이 있는, 나 자신을 투영한 듯 나름의 철학 깊은 예술로 느껴진다. 특히 의사표현이 확실하여 모호한 그 무엇과 다른 매력이 있다. 길거리에 마구잡이로 그려진 채색감이 있는 낙서들은 약간 낯설게 느껴지지만 시선을 머무르게 하고 무엇을 말하는지 이해하고 싶게 하며 자세히 볼수록 정감이 가고 유쾌하고 젊은 예술 활동으로까지 느껴진다. 그 안에는 사회적 소통이 있다.

 

 

그래피티는 뒷골목에서 스프레이나 페인트로 낙서를 하던 저항문화의 한 가닥 또는 반달리즘(Vandalism, 공공장소나 문화유산이나 예술품 등을 훼손하는 행위)에 기인한 역사로 보던 현대미술의 한 장르이자 팝아트 이후 가장 대표적인 대중예술이다. 그래피티에는 대중성과 상업성을 아우르는 힘이 있다. 이번 ‘위대한 낙서’전에 소개된 세계적인 그래피티 거장들만 보더라도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과 협업하여 제품에 부가가치를 부여하여 예술 상품을 선보였다. 시계 브랜드 ‘파텍 필립’, 가방 브랜드 ‘투미’는 크래쉬와 협업을 했고, 그래피티 작가 존원은 ‘에어프랑스’, ‘겔랑’, ‘페리에’, ‘라코스테’ 등과 협업했다. 영국의 도자기 브랜드 ‘로얄 덜튼’은 닉 워커와 협업했으며 ‘헤네시’는 오베이 자이언트와 만나는 등 상업적인 공간에서의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의 활약상은 뛰어나다. 그래피티는 브랜드의 아트 콜래보레이션 선호 1순위이다. 스트리트 아트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아웃사이더 아트 분야가 예술의 주 무대에서 각광받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프랑스의 루브르박물관과 퐁피두센터, 미국 뉴욕현대미술관 모마(MOMA), 영국의 테이트 모던, 네델란드의 현대미술관 등 세계유수의 박물관과 갤러리에서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을 초대해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2000년대에 전 세계를 휩쓴 스트리트 아티스트 뱅크시(Banksy)는 이렇게 말했다. “어떤 사람들은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경찰관이 되고, 어떤 사람들은 세상을 더 나은 모습으로 보이게 만들기를 원해서 반달(Vandals, 파괴자)이 된다.” 지루하고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회의시간 누군가는 그래피티 세계에 빠져있다. 낙서의 그 시간 더 나은 것을 꿈꾸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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