씽씽밴드와 아상블라쥬

April 2, 2018

  지난해 여름 제주도 어느 해변에서 물놀이를 끝내고 저녁을 먹으러 빠져나가는 길목에 소탈한 락페스티벌 무대가 펼쳐졌다. ‘이런 무대에는 대단한 뮤지션들이 올 리 없어’하며 서둘러 지나가다 어느 시골 장터의 엿장수 노랫가락도 아닌 것이 익숙한 민요의 리듬이지만 아주 낯선 타령의 라이브에 발길을 멈췄다.

 남자들이 여장을 심하게 했고 투박하고 높은 하이힐과 요상한 머리와 화장에 ‘왜 그런 거야?’하며 눈과 귀를 연신 때리는 그 이상한 조합에 빠져들어 두 세곡을 듣고 ‘너희는 누구냐?’하며 자리를 떴다. 옆에 있던 20대 젊은 후배가 평소 메탈이나 락을 좋아했기 때문에 이 이상야릇한 밴드가 누군지 찾아보라고 한 후 한참을 잊고 있었다. 민요의 전통을 해치지 않으면서 재미있고 파격적인 무대매너와 노래 자락으로 구성지고, 힘이 넘치기도 하며, 시원하기도 하며, 패셔너블하기도 한 아주 유쾌한 무대로 기억된다. 가을이 되어 또 다른 후배가 해외에서 뜬 한국 밴드가 있는데 이름이 ‘씽씽밴드’라고 하는 순간 여름 그 밴드라고 확신했다. 팔십을 바라보시는 다소곳하신 어머니에게 씽씽밴드의 청춘가를 들려드리니 연신 웃으셨고, 사십 줄에 아직 철이 덜 든 미국에서 온 한국 태생의 남자 후배에게 들려주니 아주 유익하고 딱 본인 스타일이라고 좋아한다. 국적과 성별과 나이를 떠나 공감할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있다.  

 
18FW 헤라서울패션위크의 오프닝 무대 김혜순 디자이너의 한복패션쇼에 그 여름 씽씽밴드의 싱어가 등장했다. 세계화를 갈망하는 한국패션, 그 현주소를 확인하는 헤라서울패션위크의 오프닝 무대가 한복으로 수놓아졌다. 거기에 재즈밴드와 씽씽밴드 싱어의 노래 자락이 어우러져 전통을 파괴했지만 한복의 시공간을 새롭게 만들어준 무대는 몇 년 전 서울에서 ‘샤넬’이 한복의 색동을 등장시키며 한복을 재해석해서 화제가 됐던 크루즈컬렉션을 보고 느꼈던 색다름을 넘어서는 아주 강렬한 쾌감이 있었다. 


한국계 미국인 프로듀서이자 래퍼이자 싱어이자 디제이인 ‘예지’는 BBC가 선정한 ‘2018년 기대되는 아티스트’ 중의 한 명이다. 노래에 한국어를 넣어 알아듣지 못했으면 좋겠다는 의도도 특이한데, 제일 중요한 후렴구는 모두 한국어다. 소위 ‘Strange Mixture’에 열광하는 또 다른 흐름의 예이다.   

 
익숙한 듯 낯선 조합은 수 만개의 feed와 picture 속에서 SNS 세대들의 손을 멈추게 하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이다. 기준이 없는 마구잡이식 조합, 완벽한 부조화의 미학, 솔직하고 진솔한 대담함 등이 파급력을 보여준다. 이상한 조합의 이색적인 표현에 시선이 머물며 잠시나마 힐링과 유쾌함을 주는 ‘MISHMASH'가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의식있는 스타일의 일종인 컨셔스(Con-scious) 패션의 일면에는 무거움 보다는 가볍지만 진중함이 느껴지는 이색적인 조합이 담겨있다. 

이 이색적인 조합은 해석하자면 예술에서 볼 수 있는 평면적인 ‘콜라쥬’보다는 입체적인 ‘아상블라쥬(assemblage)’에 가깝다. 익숙하지만 낯선 재료를 조합하는 것, 뉴 머티리얼로 새로움을 주는 아상블라쥬는 물체를 모으고 다시 집합하고 조립함으로써 조형적인 창작을 하는 작업이다. 예를 들면 주변의 폐기물이나 쓰레기, 오래된 물건 등으로 새로운 쓸모와 아름다움을 재창조하는 방법도 마찬가지다.  
패션에도 이러한 흐름이 있는데 아주 우리 주변에 흔한 비닐 쓰레기 봉투가 이슈 아이템으로 등장하고 멋진 스타일에 뜬금없는 고무장갑 패션 등 새로운 스타일링의 착안점도 맥락을 같이한다. 19SS에 등장할 패치워크 스타일들, 안전복 스타일 등 이 모든 것들이 익숙한 것에서의 새로운 발견을 가능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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