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네가 받고 싶은 대로 받을 수 있다?

September 1, 2016

얼마 전 아이의 과학방학숙제를 도울 겸 강남의 한 VR 체험 카페에 들렀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VR 기기를 머리에 쓰고 두리번 거리거나 허공에 팔을 뻗어보거나 하는 모습이 구경할 만했다. 다면입체화면 앞에 앉아 자동차 경주를 실감나게 즐기는 코너는 줄이 꽤 길었다. 우주전쟁 게임 룸에는 사람이 없어 체험해 보았다. 나중에 알았지만, 유리 룸에 들어가서 우스꽝스럽게 헬멧을 쓰고 하는 온몸의 액션을 바깥에서 보게 되는 것을 관람객들은 부담스러워했다. 영화 ‘엔더스게임’에서 주인공이 우주함선에 올라타고 전투력을 강화하기 위해 헬멧을 쓰고 게임을 하듯 현장감 넘치는 시뮬레이션 전투를 벌인다. 영화에서 벌인 시뮬레이션 전투가 내가 해본 VR 우주전쟁 게임과 비슷하다. 단지 VR 게임의 일부 부작용(?)이 있다면 몸을 움츠렸다가 폈다가 이유 없는 꺾기 춤을 춘다는 것. 게임은 짧게 끝나지만 룸을 나오는 사람은 상기된 표정에 웃음이 번져있었다.

 

 

이번 아이의 숙제를 도우면서 가상현실(VR)을 체험해보고 다소 환상은 깨졌지만 이후 어떠한 방향으로 진전될지 기대를 하게 되었다. 가상현실, 말 그대로 현실이 아니라 만들어진 세계이다. 세컨드 라이프(www.secondlife.com)라고 2003년 미국의 벤처기업 린든 랩이 선보인 인터넷 기반의 가상현실공간이 있다. 인터넷에서 제공하는 가상의 세계에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어서 또 다른 내가 그 세계에서 살아나간다. 그 공간에서 집도 사고 물건을 만들어 팔 수 있는 등 당시 아주 혁신적이고 복합적이어서 그 안에서 현실보다 더 나은 삶을 누리는 사람들의 행복감이 충족되어 반향을 일으켰다. 사이버 활동으로 번 돈을 실제 미국 달러화로 환전해주어 리니지 등 역할게임에서 무기 등을 실제 돈을 주고 사고파는 행위, 그리고 사이월드처럼 나를 나답게 만들어가는 충족감 등 사람들을 열광시킬 만한 요소들이 모여 있다. 이 서비스는 현실세계로부터의 ‘화려한 일탈’을 꿈꾸는 사람들의 욕구를 자극하며 2007년 기준 가입자가 870만 명에 달할 정도로 급성장해 당시 일명 ‘세컨드 라이프 주민’들이 창출하는 경제규모가 6억 달러에 이르렀고 이는 아프리카의 한 나라 라이베리아의 GDP와 맞먹는 수준이었다. 그도 가능한 것이 세계 주요 기업들도 이곳에 가상 상점을 열고 간판을 걸어 마케팅을 하게 되자 세컨드 라이프는 광고매체로서도 상당한 매출을 올렸다.

 

현실과 가상, 국가와 국가, 유통채널간 모든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아마존이 3월 런칭한 ‘Style Code Live’처럼 인터넷쇼핑몰 안에 홈쇼핑 방식이 도입되는가 하면 인터넷 쇼핑몰 안에 미디어 커머스 기능이 탑재되어 1인 브랜딩 시대가 활짝 열렸다. 현실을 일탈하여 사이버 공간을 통해 또 다른 삶을 살아가는 것과 패션이 주는 ‘새로운 나, 아름다운 나’를 찾아주는 것과 닮아있지 않은가? 인디 디자이너 브랜드들의 역량을 강화해주는 인큐베이팅 서비스를 하면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더 높은 가격을 받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였다. 어떤 분이 이에 대해 아주 짧은 말씀을 하셨다. “네가 받고 싶은 대로 받아라!” 나는 개인적으로 패션은 가성비의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믿는다. ‘가성비’라는 표현이 패션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 더 적합하겠다. 패션의 가치를 새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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