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욕망 “삼시세끼를 부탁해~!”

June 1, 2015

퇴근 후 TV를 켜면 먹방, 쿡방이 채널을 돌릴 때마다 시선을 압도하며 온 가족의 늦은 밤 식욕을 자극한다. 바야흐로 ‘먹고 사는 일’에 온갖 관심과 주제가 범람하는 삼시세끼 주도형 라이프스타일 시대가 됐다. 먹고 사는 일에 집중한다고 하니 인류 문화가 퇴보하여 원초적인 본능의 시대로 후퇴한 것 같지만 그 내용과 질은 달라졌다. 나들이, 여행과 결합하여 맛집 탐험이 일상이 됐고 검색만 하면 맛집 리스트가 우르르 뜨며 그러한 맛집 앞에는 1시간 기다림도 아랑곳하지 않고 길게 늘어선 줄이 이제는 평범한 광경이 됐다. SNS에는 지인들의 먹거리 소식이 도배한다. 매일 소박한 점심 메뉴, 저녁의 거한 회식 메뉴 뿐 아니라 주말을 지나면 어김없이 특별한 먹거리 소식이 올라온다. 국내외 출장이라도 간다면 더더욱 그 지역에서만 접할 수 있다는 좋은 식당과 식사가 소개된다. 색다른 비주얼과 맛 소식에 “나도 다음에 저기를 가보겠어!”라는 결심도 부추긴다.

 

요즘은 간편 식재료가 많이 출시되어 있고 예전에는 접하기 어려웠던 각종 소스며 원산지가 먼 나라인 재료들이 동네 인근 큰 마트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범람하는 요리 방송을 섭렵하고 색다른 식재료로 한번 두번 레시피를 따라하다 보면 마치 자신도 요리에 재능이 있는 듯 착각한다. 우리 집에서도 어떨 때는 비주얼은 그럴 듯한데 국적 불명의 먹기 거북한 요리가 올라오기 일쑤지만 요리하는 사람의 입에서는 연신 신바람의 “나 재주가 요리였던거 같아”가 추임새로 등장한다. 내 주변의 한 친구는 주말 바비큐 파티를 계획하면서 D day에 맞춰 바비큐 파티에 쓸 채소를 손수 기르고 채소를 정성껏 기르는 자신과 예쁘고 먹음직스럽게 자라는 채소의 모습을 공개하며 바비큐 파티에 스토리를 장착한다.

 

 

유럽 발 명품백이 럭셔리의 대명사이었던 시대를 지나 IT 시대에는 스마트폰과 가전제품 등이 럭셔리한 존재감을 충족시켜 주었다. 먹방 쿡방이 대세인 지금은 대충 입은 옷매무새, 첨단 도심스타일과는 거리가 먼 시골 풍경의 유기농과 자급자족이 또 다른 럭셔리로 다가온다. 필수품이 사치품이 되고 사치품이 필수품이 되는 과정에는 욕망의 논리가 자리 잡고 있다. 한식을 화두로 한복을 입은 장인들이 한국 문화에 대해 자긍심을 북돋아주고 해외파 쉐프들이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을 장악하며 떡볶이, 김밥도 최고급 음식이 될 수 있다며 프리미엄 분식을 선보이고 샐 수도 없이 많은 레시피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러한 대세에 유통가도 계절밥상, 자연별곡, 올반, 별미가 등 한식 뷔페를 앞 다투어 선보였다. 해외파 패밀리 레스토랑은 한물가고 한식 뷔페가 가족의 건강과 입맛을 책임지는 곳으로 자리 잡았다.

 

오늘 뭐먹지, 수요미식회, 냉장고를 부탁해, 집밥 백선생 그리고 자급자족의 새로운 측면을 보여준 삼시세끼 등 소위 셰프테이너((Chef+ Entertainer)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복잡하고 지치는 현실에서 일상의 평온함과 소소한 삶의 의미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요리하는 프로그램’이 우리를 열광하게 한다. 한 패션 브랜드는 새로운 리넨 컬렉션의 모델로 쉐프 3인을 모델로 쓰며 이러한 트렌드를 겨냥했다. 우리 회사의 디렉터는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한 참 바쁠 때 삼시세끼 프로그램을 보면서 ‘힐링’한다고 한 적이 있다. 우리가 무언가에 집착하고 집중하며 열망 할 때 사실은 그것의 결핍이 우리를 이끌고 있음을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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